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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관리자  2013-03-25 오후 1:33:20 (조회수 : 3433)    
  제목 : "우울한 홍길동입니다" 효과만점 출석체크

"우울한 홍길동입니다"…효과 만점 출석체크

SBS|이혜미 기자|입력2013.03.25 09:15

EQ 출석부라고 들어보셨나요? 지난해 대구교육청에서 처음 도입했고 올해부터는 서울교육청에서 초중고등학교에 권장하고 있는 이색적인 출석 확인법입니다.

EQ 출석부를 도입한 학교는 아침 조회시간에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면서 학생들의 감정상태를 함께 확인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선생님이 "홍길동"이라고 학생 이름을 부르면 학생은 "네" 라고 대답하면서 "우울한 홍길동입니다" 이렇게 답합니다. '우울하다'는 현재 감정을 선생님, 친구들과 공유하는 것이죠.

이 이색 출석부를 도입해 시범 운영하는 서울 용산구의 한 초등학교를 찾아가봤더니 학생들 반응이 제법 괜찮았습니다. 감정 표현과 상관없는 엉뚱한 소리를 하는 학생도 있었지만 상당수 학생들은 상당히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는데,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정보가 많았습니다.

한 학생은 감정을 '그립다'고 표현했는데, 이유를 새학기가 되면서 지난해까지 같은반에서 공부했던 친구들을 만나지 못해 그렇다고 설명했습니다. 학생이 그리움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교사는 학생이 앞으로 우울하거나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해줄 수 있습니다. EQ 출석부가 아니었다면 교사는 그리움을 느끼는 학생의 감정을 알지 못했을 겁니다.

학생들 간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학생들은 감정에 관한 다양한 형용사를 고민하게 됩니다. 또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기 위해 많은 언어적 상호 작용을 벌이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언어적 표현력과 감수성이 자연스럽게 향상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부정적 감정의 표출입니다. 학생들이 기쁘다, 즐겁다, 행복하다와 같은 긍정적 감정은 쉽게 표현해도 우울하다, 짜증나다, 서운하다와 같은 부정적 감정은 감추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선생님과 반 친구들 앞에서, 교실이라는 공개된 장소에서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는 걸 창피하게 느낍니다. 그동안 우리 교육이 남 앞에서 부정적인 감정은 드러내지 않고 감춰야 한다고 가르쳐 온 결과입니다.

그런데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면 병이 납니다. 학생들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가끔 아무 이유없이 갑자기 배가 아프다거나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합니다. 이런 경우 실제로 복부에 이상이 있거나 머리 쪽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드뭅니다. 열에 아홉은 가슴 속에 쌓인 불만을 밖으로 표출하지 못해서 몸이 반응이 나타나는 겁니다.

이 문제에 관한 조언을 구하기 위해 만난 소아 정신과 전문의가 한 가지 해법을 제안했는데요, 인터뷰 내용 일부를 이곳에 옮겨 봅니다.

"부정적인 감정 예를 들어서 짜증난다, 불안하다, 우울하다 그런 표현을 할 때 '어 그랬어?'라고 하면서 교사가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서 좀 더 적극적으로 반응해주고 반 친구들끼리 서로 연결해서 '저 아이가 불안하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는 반응을 보인다면 (중략)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더 강화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교육청은 EQ 출석부를 행복 눈맞춤 출석부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이 서로 눈을 맞추고 솔직한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가자는 취지입니다. 그 취지가 제대로 지켜져서 폭력과 경쟁에 내몰린 우리 학교 현장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으면 좋겠습니다.
이혜미 기자param@sbs.co.kr